김기정(삼성전기)-김사랑(삼성전기) 조는 주니어대표 시절부터 함께 해온 사이로 이들의 데뷔 신고식은 화려했다. 2011년 초 호흡을 맞춰 불과 2주 만에 코리아오픈에서 당시 세계랭킹 2위이자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마르키스 키도-헨드라 세티아완(인도네시아) 조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김기정-김사랑 조의 데뷔는 우리나라 남자복식에 신선한 바람이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남자복식은 전위와 후위를 나눠 분담하는 전통적인 스타일이었는데 김기정-김사랑 조는 이 스타일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때를 맞춰 남자복식의 스타일 변화가 거세게 일어 김기정-김사랑 조는 세계적인 선수로 급성장 한다.
김기정-김사랑 조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로테이션을 통한 드라이브 싸움에 강하다. 그뿐만 아니라 순간적인 볼 처리가 뛰어나 예상치 못한 스트로크로 상대를 허를 찌른다. 이용대-유연성 조가 상대하기 껄끄러워하는 조와의 대결에서도 막상막하의 게임을 펼치며 세계랭킹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대회에 따라 막강한 조력자였다가 때로는 강력한 라이벌이 되기도 했다.
김기정은 네트플레이에 능하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는 물론이고 서비스 리턴, 네트 앞 커트까지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랠리를 짧게 가는 남자복식의 패턴을 예견이라도 한 듯 김기정은 빠른 공격에 능숙하다. 김사랑과 호흡을 맞춰오면서는 후위 공격도 좋아져 파워도 좋고 각도 예리해졌다.
김사랑은 단식 선수로 많이 뛰다 잦은 부상 때문에 대학 중반에 복식으로 전향했다. 혼자서 코트 전체를 커버했던 만큼 김사랑은 수비 범위가 넓고 공격 코스도 좋다. 그러다 보니 두 선수가 언제 여기에 서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코트를 휘젓고 다닌다. 그야말로 스피드로는 최상급이다.
공격 로테이션이 워낙 빠르다보니 김기정-김사랑 조는 빠르게 대항하는 팀에 맞서서는 강한 면모를 보였다. 반면에 완급조절을 하는 팀을 만나면 쉽게 게임을 풀지 못하고 패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빠른 것도 좋지만 완급조절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기정-김사랑 조는 작년 부상 등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10위 밖으로 밀려나면서 고성현-신백철 조와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 중국오픈 슈퍼시리즈프미리어에서 우승하며 반전을 꾀하더니 올 4월에 말레이시아오픈 슈퍼시리즈프리미어에서 우승하며 전성기 때 기량을 다시 회복했다.
시드배정을 하는 7월 21일에는 세계랭킹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김기정-김사랑 조 역시 언제든지 금메달을 넘볼 수 있다는 얘기다. 김기정과 김사랑은 “한국에서 2개 조가 나가니 결승에서 만나면 좋겠다”라며 이왕이면 금, 은메달을 쓸어오고 싶다는 기분 좋은 바람을 내비쳤다.
세계랭킹 3위로 3번 시드를 배정받은 김기정-김사랑 조는 마티아스 보에-카르스텐 모겐센(덴마크, 6위), 아담 츠왈리나-프르제미스로 와차(폴란드, 25위), 마르쿠스 엘리스-크리스 랭그리지(영국, 22위) 조와 C 그룹에 편성되어 예선전을 펼친다.